7년 동안 정원을 가꾸고 나서야 알았다
나는 정원을 즐긴 게 아니라 정원에 끌려다녔다
처음 정원을 만들 때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꽃이 피면 그 옆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햇살 좋은 날에는 의자에 앉아 책도 읽고,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른 꽃을 바라보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겠다고.
정원을 갖는다는 것은 그런 낭만적인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7년 동안 직접 가드닝을 해보니 현실은 생각보다 달랐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저는 정원을 즐긴 시간보다 정원을 관리한 시간이 훨씬 많았습니다.
그리고 한동안은 이런 생각까지 했습니다.
“내가 정원을 왜 만들었지?”

꽃을 보러 정원에 갔는데 잡초부터 뽑고 있었다
정원에 나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꽃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꽃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잡초였습니다.
“이것만 뽑고 커피 마셔야지.”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하나를 뽑으면 옆에 또 보입니다.
하나를 뽑고 나면 그 뒤에 또 있습니다.
결국 한두 시간씩 잡초를 뽑습니다.
허리를 펴고 주변을 둘러보면 이미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습니다.
정작 처음에 하려고 했던 것은 하지 못했습니다.
커피 한 잔 마시려고 정원에 나왔는데,
커피는 식어 있고 저는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이게 몇 번 반복되니까 어느 순간 정원에 나가는 것이 즐겁지 않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또 잡초를 뽑아야 하나?”
정원을 보면서 설레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식물은 예뻐 보이는 대로 사서 심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식물이었습니다.
가드닝을 처음 시작하면 식물 하나하나가 너무 예뻐 보입니다.
꽃집에 가면 사고 싶습니다.
인터넷에서 예쁜 식물을 보면 또 사고 싶습니다.
지인이 나눠주는 식물이 있으면 그것도 심어봅니다.
“이것도 예쁘네.”
“저것도 심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나씩 늘려갔습니다.
처음에는 정원이 풍성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고 나니 문제가 생겼습니다.
식물들이 서로 뒤엉키기 시작했습니다.
키가 큰 식물 뒤에 작은 꽃이 가려지고,
서로 다른 색깔이 한꺼번에 섞이고,
어떤 곳은 너무 빽빽하고,
어떤 곳은 또 비어 있었습니다.
식물은 분명 많아졌는데 정원은 오히려 정리가 안 된 느낌이었습니다.
많이 심는 것이 좋은 정원은 아니었다
이것은 7년 동안 가드닝을 하면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 중 하나입니다.
정원은 식물을 많이 심는다고 예뻐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어느 순간부터는 걷어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아까웠습니다.
몇 년 동안 키운 식물인데 어떻게 뽑아낼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번진 식물을 걷어내고,
서로 어울리지 않는 식물을 분리하고,
꽃이 잘 보이지 않는 곳의 식물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식물을 줄였는데 정원이 더 예뻐졌습니다.
꽃이 더 잘 보였습니다.
색깔도 더 선명하게 느껴졌습니다.
공간도 넓어 보였습니다.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정원에도 ‘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정원은 식물보다 ‘구역’이 먼저였다
예전에는 식물 하나하나를 기준으로 생각했습니다.
“이 꽃을 어디에 심을까?”
그런데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이 공간은 어떤 정원으로 만들까?”
먼저 구역을 정하고 그 안에 식물을 넣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 구역은 노란색 계열,
다른 구역은 보라색 계열,
또 다른 구역은 초록 중심의 공간.
이렇게 존을 명확하게 나누면 같은 식물의 수가 많지 않아도 정원이 훨씬 선명해집니다.
반대로 모든 식물을 한곳에 조금씩 넣으면 식물은 많지만 정원 전체가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제가 7년 동안 직접 해보고 나서야 깨달은 부분입니다.
정원을 만들면서 돈도 계속 들어갔다
사실 더 고민스러운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돈입니다.
정원을 가꾸다 보면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식물을 사고,
흙을 사고,
화분을 사고,
멀칭재를 사고,
정원용품을 사고,
의자와 테이블을 사고,
조명을 설치하고,
필요한 시설을 하나씩 추가합니다.
처음에는 하나하나 큰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그런데 몇 년이 지나고 돌아보면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돈을 투자했는데 정원이 나에게 벌어주는 돈은 거의 없었다는 것입니다.
취미인지 사업인지 애매해졌다
정원을 좋아하니까 계속 투자했습니다.
조금 더 예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꽃이 더 많았으면 좋겠고,
시설도 더 좋아졌으면 좋겠고,
사람들이 와서 편하게 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돈이 계속 들어가다 보니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걸 계속하는 게 맞을까?”
취미라고 하기에는 투자비가 너무 많이 들어갑니다.
사업이라고 하기에는 수익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 사이에서 계속 고민하게 됩니다.
특히 정원을 관리하는 데 시간을 많이 쓰다 보면 더 그렇습니다.
주말 하루를 정원에서 보내고 나면 몸은 피곤합니다.
그런데 돈은 벌리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만 그런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원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하지 않을까?
예쁜 꽃을 보면 사고 싶고,
빈 공간이 보이면 무언가 심고 싶고,
잡초가 보이면 뽑고,
정원이 허전하면 또 무언가를 추가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정원은 점점 복잡해지고,
관리해야 할 일은 늘어나고,
투자비도 계속 증가합니다.
그런데 정작 정원에 앉아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은 줄어듭니다.
정원을 만들었는데 정원을 즐기지 못하는 것입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정원을 다르게 만들어보려고 한다
7년 동안의 경험을 통해 이제는 정원을 만드는 기준을 조금 바꾸려고 합니다.
첫 번째는 잡초와 전쟁하지 않는 정원입니다.
잡초를 열심히 뽑는 것보다 처음부터 잡초가 덜 생기고 관리가 쉬운 구조를 고민하려고 합니다.
두 번째는 식물을 구역별로 명확하게 나누는 정원입니다.
이것저것 섞어서 풍성하게 보이게 하는 것보다 하나의 구역에서 하나의 느낌이 명확하게 보이도록 만들 생각입니다.
세 번째는 더 심는 것이 아니라 필요 없는 것을 걷어내는 정원입니다.
예쁜 식물을 발견했다고 무조건 심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정원과 어울리는지 먼저 생각하려고 합니다.
네 번째는 관리하는 시간보다 즐기는 시간이 긴 정원입니다.
정원에 나갔을 때 잡초부터 찾는 것이 아니라 꽃을 보고,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돈이 계속 들어가기만 하는 정원이 아니라 최소한 운영비라도 만들어낼 수 있는 정원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이제 정원을 ‘완성’하려고 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정원을 완성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정원은 완성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꽃이 피면 또 관리해야 하고,
계절이 바뀌면 또 바뀝니다.
식물이 자라면 다시 정리해야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완벽한 정원을 만들려고 하기보다 관리할 수 있는 정원을 만들려고 합니다.
예쁜데 관리하기 어려운 정원보다,
조금 덜 화려하더라도 내가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정원이 더 좋은 정원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정원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관리할 수 있는 크기다
정원을 처음 만들 때는 넓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7년 동안 해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내가 직접 관리할 수 없는 크기의 정원은 결국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작은 구역부터 다시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하나의 구역을 정리하고,
식물을 줄이고,
잡초 관리를 줄이고,
꽃이 잘 보이게 만들고,
그곳에서 실제로 커피를 마셔봅니다.
그리고 그 공간이 정말 즐거운지 확인해보려고 합니다.
정원을 만드는 목적을 다시 생각한다
정원은 자랑하기 위한 공간일 수도 있습니다.
사진을 찍기 위한 공간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을 초대하기 위한 공간일 수도 있습니다.
사업을 위한 공간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이제 한 가지 목적이 더 중요합니다.
내가 정원에서 행복해야 한다는 것.
꽃을 바라보고,
커피 한 잔을 마시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것이 제가 처음 정원을 만들면서 기대했던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7년 동안 정원을 가꾸면서 오히려 그 본래의 목적을 잊고 있었습니다.
이제부터는 ‘가꾸는 정원’에서 ‘즐기는 정원’으로
7년 동안의 경험이 모두 실패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잡초 때문에 힘들었던 시간도,
잘못 심은 식물을 다시 옮겼던 시간도,
계속 돈을 투자하면서 고민했던 시간도,
정원이 엉망이 되어 속상했던 시간도 결국 지금의 기준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이제는 압니다.
정원은 많이 심는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정원은 복잡할수록 좋은 것이 아니다.
정원은 관리하는 데 모든 시간을 써야 하는 곳이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원은 돈을 계속 넣는 곳이 아니라, 내가 즐기면서 지속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앞으로 제가 만들 정원은 이전과 조금 다를 것입니다.
잡초와 싸우는 시간을 줄이고,
식물의 구역을 명확하게 만들고,
불필요한 것을 걷어내고,
꽃이 더 잘 보이게 만들고,
그곳에서 천천히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정원.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정원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 정도는 정원에서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
아마 이것이 제가 7년 동안 헤매다가 이제야 찾은 ‘내가 원하는 정원’의 모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그동안 제가 가장 많이 했던 실수 중 하나인 “예쁜 식물만 보면 사서 심었던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왜 식물을 많이 심었는데 정원은 더 엉망이 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식물을 구역별로 나누어 꽃이 선명하게 보이는 정원을 만들 것인지 직접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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