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된 시골집 아지트 만들기
재래식 화장실을 철거해야 하나? 아니면 다른 용도로 사용해야 하나? 많은 고민을 했다. 오랫동안 빈집이었던 관계로 화장실 철문은 고물 수거하는 사람이 몰래 뜯어 갔다고 이웃 주민에게 들었다. 그래서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 어떤 순서를 정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뒤뜰에는 가지치기가 안 된 100년 된 산수유나무, 울창한 뽕나무 가지는 지붕 우측을 가리고도 남았다. 마당 한가운데는 바람에 펄럭이는 비닐하우스가 그대로 남아 있고, 아궁이 천정 서까래는 연기에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나의 뜻을 따라 무작정 시골살이를 따라온 와이프가 지치면 안 되기에 잡초제거와 주변 쓰레기 먼저 치우기로 했다. 뜻 맞는 서울 촌놈 두 명도 함께 하기로 했지만, 그냥 뒤 돌아가고 싶어 하는 표정에 깨끗함을 먼저 보여주기로 한 것이다. 마당 잡초는 제초제를 뿌렸고, 농사짓는 토지는 아니므로 과학의 힘을 빌렸다. 처음에는 주말마다 동료들과 함께 했었다.
큰 작업은 안방과 작은 방 그리고 마루 천정을 뜯어 내는 작업이었는데 동료 두 명이 2~3시간 만에 제거하였다. 그동안 잘 놀았던 쥐들의 놀이터가 없어진 것이다. 그 덕에 작업복을 입지 않고 반팔로 덤볐던 동료 한 명이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 병원까지 다녀오는 이벤트까지 생겼었다.
시골집 아지트 리모델링 설계도
나에게 프로젝트가 생겼다. 매일같이 어떻게 꾸밀까 고민하고 스케치하며 와이프에게 보여주는 일이 반복되었다. 와이프의 선택 여부에 따라서 아지트를 계속 유지할지 접을지 판가름 나기 때문이었다. 다 큰 남자 어른들의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선 유일하게 식사를 해결해 줄 와이프의 동의가 절대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나머진 마음대로 놀아도 된다.
어느덧 여름이 다가왔다. 10km 되는 계곡 하류에 있는 집이라 집 앞 개울에서 들리는 물소리가 요란해졌다. 장마가 크게 나면 물이 넘쳐 마당으로 들어 오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되었다. 그러나 마을 주민의 말씀은 침수 방지를 위해서 도로를 높여 놓았으니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하셨다.
포클레인 반나절 사용하는 조건으로 재래식 화장실 제거와 마당 평탄 작업을 하였다. 반나절 사용에 40만 원의 비용을 지출하였다. 정겨운 집을 제대로 가리고 있었던 재래식 화장실이 제거되고 나니 마당이 시원하게 넓어졌다. 큰 걱정 하나도 제거되었다. 이제 마당엔 잡초도 재래식 화장실도 낡아 쓰러져가던 비닐하우스도 모두 제거되었다.
장마가 시작되었다. 더 이상 작업을 할 수 없어 한동안 서울일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한 달 정도 지나 내려가 보니 뒷 뜰과 앞마당 모두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잡초 집이 되었다. 순간 시골이 이런 곳이었지... 하면서 놀람과 짜증도 났다. 다시 문명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오래된 시골집이라 집에 습기가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선 잡초를 빨리 제거해야 하는 것이 중요했다. 아궁이에 불도 지펴 집 안에 온기가 돌도록 했다.
좋은 집을 고르려면 사계절은 지나 봐야 안다.
서울에 살다 시골에 내려와 보면 시골집만 보아도 정겹고 아름답다고 느껴진다. 처음 집을 보았을 때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와이프도 좋아했었다. 그런데 몇 곳을 뜯어내고 집구석구석 세심히 관찰하면서 얻은 깨달음이 시골집은 무조건 겉과 주변 풍경만 보고 선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몇 가지 체크 포인트를 말하자면
첫째: 여름철 집 주위 샘물이 어디서 나오고 어떻게 흐르는지 체크해야 한다. 시골집 대부분은 샘물이 나오지만 관리가 안 된 오래된 시골집의 샘물의 방향은 어디로 바뀌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둘째: 기둥의 주춧돌이 흙에 묻혀 있는지 주춧돌이 높아 기둥이 튼튼한지 반드시 확인하여야 한다. 주춧돌이 낮거나 기둥에 흙에 묻혀 있다면 분명히 기둥 아래쪽은 썩어 있을 것이다. 기둥 공사는 대공사이므로 보조 기둥공사가 간단하지 않다면 이러한 집은 신중히 선택하여야 한다.
셋째: 수도 시설이 되어 있는지 확인하여야 한다. 오래된 시골집은 대부분 지하수를 이용해 왔고 비어 있는 집이라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다시 사용하려면 위생문제, 물은 충분히 나오는지 등 체크되어야 할 일이 많다. 보통은 다시 지하수를 파서 해결 해야 될지도 모른다. 지하수 부분은 동네분들에게 물어보면 동네 상황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만약에 상수도가 있다면 상수도 연결을 신청하는 것이 제일 좋다.
넷째: 전기는 공급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기존에 공급되어 왔다면 한전에 신청하면 간단하게 전력공급이 가능하지만 아예 전봇대조차도 제거되었다면 이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갈 수도 있으므로 다른 집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섯째: 시골 민심이다. 어느 동네나 텃세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동네 어른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처음에는 시골 민심에 적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용하다. 자칫 힐링하러 내려가서 스트레스만 받을 수 있으므로 잉부분은 인내를 통해 현지 문화에 적응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만약 시골 민심이 도저히 적응하기 힘든 경우라면 집이 아무리 좋아도 다른 곳을 찾는 것이 더 편안할지도 모른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