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트란 말은 어디서 유래되었을까?
아지트는 비밀, 은신처 또는 공작원들의 비밀작전을 수행하는 지역의 소규모 비밀 근거지라는 의미로 러시아어 아지트퐁크트(Agitpunkt)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내가 어렸을 적 시골에는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외진 헛간이나 집을 짓기 위해 경사진 기슭에서 진흙을 파내고 나면 비를 피할 정도의 작은 구덩이가 형성된 곳. 늦가을 옥수수 수확을 하고 겨울철 소먹이를 위해 옥수숫대를 삼각형 모양으로 세워놓고 나면 그 안에 공간이 형성되는데 동네 친구들과 그곳에 들어가 놀던 시절 그곳을 우리들만의 아지트라고 불렀던 기억이 난다.
오늘날에 와서 아지트는 어떤 곳이며, 어떤 의미일까?
직장 이외의 또 다른 일로 돈을 버는 일터 또는 나만의 단골로 가는 맛집, 카페, 여행지 등의 공간이 아지트가 될 수도 있다.
매일같이 똑같은 일상으로 지루한 삶을 살거나 하루도 일을 하지 않으면 경제적 문제에 직면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쉼이라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인지도 모르지만 아지트는 잠시나마 팍팍한 삶을 떠나 곰곰이 생각에 빠질 수 있는 유일한 쉼터가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지트는 현대인의 또 다른 쉼터
아지트의 유래가 어디서 시작되었든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는 공간임에는 틀림없다.
잠시 일상을 떠나 나를 만나서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지트의 장르는 직업, 취미, 성향, 세대, 지역, 이용목적에 따라 상당히 다양성 한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반복된 직장생활 속에서 가끔 혼자만의 비밀스러운 공간을 만들어 놓고 쉬고 싶어 하는 사람, 전망을 즐기는 옥탑방을 얻어 또 다른 힐링과 재테크를 하거나 주말이면 어디론가 떠나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 이러한 것들이 모두 그들만의 아지트인 것이다.
이렇게 현대문명에서의 아지트는 또 다른 삶의 공간으로 바쁜 일상에서 잠시나마 탈출하여 힐링하며 에너지를 충전하는 곳이며 또 다른 측면에서는 경제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누구나 세대와 목적에 맞는 아지트를 갖고 싶어 할 것이다. 평생 가족부양을 위해 쉬지 못하고 업무에 찌든 사람이라면 가족을 떠나 자기만의 쉼터를 위한 아지트가 간절히 필요할지도 모른다. 사회초년생이나 은퇴준비를 걱정하는 40~50대의 직업군이라면 부업재테크에 목적을 둔 아지트가 필요할 수도 있다.

스트레스받지 않고 부담 없는 아지트가 되어야...
경제적 목적을 둔 아지트를 생각한다면 자칫 아지트가 시간만 낭비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목적은 둔 방향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후회를 한다거나 그다음 스탭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지트는 생사가 걸리는 부담이 없어야 한다. 숨 쉴 공간을 위한 아지트가 짐이 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내가 시작한 아지트를 소개한다면 처음에는 소박하고 작은 일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작은 일이 아니었다.
2019년 4월 아지트를 구입해서 청소와 주변 구경만 하며 그냥 그렇게 보내다 2년이 되었을 시점인 2021년 3월에서야 아지트를 손 대기 시작했다. 강원도 산골짜기에 100년이 넘은 시골집을 아지트로 삼았다. 기둥도 기울고 오랫동안 빈 집 상태로 있었기 때문에 귀신이 나온다고 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낡은 농가주택이었다. 5월 무렵엔 뒷 뜰과 앞마당 할 것 없이 온 집안이 잡초로 둘러싸였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우선 잡초를 제거하고 뒷 뜰 담장 근처에 뱀 망을 치기 시작했다. 뱀은 정말 무섭다. 그리고 집 마당엔 100년 넘은 밤나무가 있는데 그 세월만큼 엄청난 양의 밤송이가 떨어져 쌓여서 치우는데만 일주일도 모자랐다.
시골집은 아궁이에 나무를 때는 집이다. 우선은 집 주면에 있는 나무조각들을 모아다 불을 지폈다. 연기가 연통으로만 나오는 게 아니었다. 마루 밑 흙벽 사이로도 나왔다. 정말 산 넘어 산이었다. 일단 마루 밑에서 나오는 연기를 잡기 위해 마루를 뜯어내야 했다. 마루를 뜯어내고 연기 나는 곳에 황토 흙을 반죽해서 발랐더니 다행히도 연기는 새어 나오지 않았다. 뜯어낸 마루는 언제 설치하게 될까? 일단 마당 한 귀퉁이로 밀어놓고 다른 수리 해야 할 것부터 순서를 정해야 했다. 위풍당당한 밤나무를 가리고 마당 한쪽에 버티고 있는 옛날 화장실도 제거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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